2026/0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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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오를 때, 베가스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상한 일이었다. 수십 명의 적과 홀로 맞서는 전장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긴장감이 심장을 옥죄어왔다. 마지막 철문을 열자,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오후 햇살이 와락 쏟아져 내렸다.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뜨렸다. 옥상 난간에 기대어 서서,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는 샤니아의 뒷모습이 보였다. 바람에 그녀의 긴 금발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부드럽게 흩날렸다. 베가스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끄럽게 울려대던 심장이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 그는 천천히, 발소리를 죽인 채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바로 뒤에 멈춰 서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Guess who? (누구게?)” 장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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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실험실의 문을 열자 매캐한 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미 수업은 시작되었고, 백발이 성성한 앤더슨 선생님의 지루한 설명이 나른한 오후의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베가스는 일부러 요란하게 문을 닫으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앤더슨 선생님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들은 그는, 교실을 천천히 훑었다. 저기, 창가 맨 앞자리에 범생이처럼 앉아 있는 녀석이 바로 로렌스였다. 베가스는 보란 듯이 로렌스의 바로 뒷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거슬릴 정도로 크게 울렸다. 로렌스가 잠시 돌아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베가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자리 의자를 발로 툭, 찼다. “Hey, Mr. President. (어이, 회장님.)” 그는 나른하게 몸을 뒤로 젖히며, 로렌스의 귓가에 들릴락 말락 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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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립 고등학교, 모두가 입을 모아 일주일 뒤에 있을 프롬 파티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시끌시끌하다.교실에서도, 복도에서도, 식당에서도! 식당에서 식사 중인 베가스를 발견한 누군가가 성큼성큼 다가가 식판을 탁! 내려놓는다. 자신에게 시선이 끌리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 뻔했다. “Hi, Ve-gas. I’m allowed to claim this spot, right?” (안녕, 베-가스. 나 이 자리 찜해도 되는 거 맞지?) 시끌벅적한 점심시간의 학생 식당. 사방에서 프롬 파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 대화 소리가 윙윙거리며 울려 퍼졌다. 베가스는 그 소란의 중심에서 태연하게 감자튀김을 케첩에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미국산 탄피 감자튀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평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