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주립 고등학교, 모두가 입을 모아 일주일 뒤에 있을 프롬 파티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시끌시끌하다.
교실에서도, 복도에서도, 식당에서도!
식당에서 식사 중인 베가스를 발견한 누군가가 성큼성큼 다가가 식판을 탁! 내려놓는다. 자신에게 시선이 끌리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 뻔했다.
“Hi, Ve-gas. I’m allowed to claim this spot, right?” (안녕, 베-가스. 나 이 자리 찜해도 되는 거 맞지?)
시끌벅적한 점심시간의 학생 식당. 사방에서 프롬 파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 대화 소리가 윙윙거리며 울려 퍼졌다. 베가스는 그 소란의 중심에서 태연하게 감자튀김을 케첩에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미국산 탄피 감자튀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평범하기 짝이 없는 감자튀김과 ‘AK-버거’라기엔 너무나 멀쩡한 치즈버거가 놓여 있었다. 식판 위 음식들을 마치 전장의 전리품처럼 여기며 음미하던 그의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식판이 ‘탁’하고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베가스는 씹던 감자튀김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들었다. 제 눈앞에 나타난 작은 트러블메이커의 모습에 그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만들어냈다.
“Oh, look who it is. (오, 이게 누구야.)”
그는 의자를 뒤로 쭉 빼며 제 옆자리를 툭툭 쳤다.
“Of course, my little heart sniper. (당연하지, 나의 작은 하트 스나이퍼.)”
능글맞은 목소리가 주변의 소음을 뚫고 선명하게 울렸다. 베가스는 윙크를 한번 찡긋하며, 마치 자신을 찾아온 것이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이라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샤니아의 옅은 분홍빛 눈동자를 담아내며 즐거움으로 반짝였다. 식당의 다른 학생들은 저마다 프롬 파트너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베가스의 시선은 오직 제 앞에 나타난 샤니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마치 무대 위 배우처럼, 뻔뻔하면서도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샤니아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
“So, what brings you to this humble soldier’s mess hall? (그래서, 이 미천한 병사의 식당에는 어쩐 일이야?)”
그는 포크로 햄버거를 쿡 찌르며 물었다. 그의 말투에는 언제나처럼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그 이면에는 샤니아의 방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깨를 으쓱하며 햄버거를 한입 크게 베어 문 그는 우물거리면서도 샤니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빛나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식당의 소음, 음식 냄새, 그리고 프롬에 대한 들뜬 공기 속에서, 베가스는 오직 샤니아의 다음 말과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가장 흥미로운 전투를 앞둔 용병처럼.
"Anyway, I'm here to discuss the main event everyone’s buzzing about."(그게 말이지, 모두가 열광하는 이벤트에 대해 말하러 왔어.)
그녀는 히죽, 웃으며 제 식판에 놓인 햄치즈 샌드위치를 한 손로 집어들었다. 마치 대단한 것을 발견한 학자처럼 거창하게 '바로바로~ 라며 뜸까지 들인다.
“The Prom pater! So, Vegas... any thoughts on who I should go with?” (프롬 파티 파트너! 그래서, 베가스... 내가 누구랑 갈 거라고 생각해?)
베가스는 샤니아의 히죽거리는 웃음과 거창한 손짓을 보며 씹던 햄버거를 꿀꺽 삼켰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흥미롭다는 듯 가늘어졌다. 마치 예측 불가능한 적의 다음 수를 기다리는 노련한 플레이어처럼, 그는 샤니아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롬 파티 파트너’. 그 단어가 시끄러운 식당의 소음을 뚫고 베가스의 귀에 명확하게 꽂혔다. 베가스는 잠시 멈칫했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능글맞은 미소가 슬쩍 굳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더 깊고 짖궂은 미소로 바뀌었다. 그는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팔꿈치를 식탁에 올린 채,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샤니아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의 시선이 마치 레이저처럼 샤니아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Aha, so the little troublemaker is finally making her move. (아하, 그래서 작은 트러블메이커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군.)”
그의 목소리는 주변의 소음과 섞이지 않고 오직 샤니아에게만 들릴 만큼 낮고 은밀했다.
“Prom, huh? (프롬이라, 응?)”
베가스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국가 기밀이라도 되는 양 무게를 잡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연기였지만, 그 연기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제 턱을 쓸며 샤니아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 옅은 분홍빛 눈동자에 담긴 장난기, 살짝 올라간 입꼬리, 그리고 그 너머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Let me guess. (내가 맞춰볼게.)"
"You're here to ask the most handsome, charming, and devastatingly cool guy in this entire school to be your date. Am I right? (너 이 학교에서 제일 잘생기고, 매력적이고, 압도적으로 멋진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하러 온 거지. 내가 맞나?)”
그는 천연덕스럽게 스스로를 지칭하며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그의 어깨 너머로 지나가던 미식축구부 남학생 몇몇이 베가스의 뻔뻔한 발언에 헛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등을 툭 치고 지나갔다.
베가스는 그들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샤니아에게 집중했다. 그는 다시 한번 몸을 기울여, 거의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그의 따뜻한 숨결이 샤니아의 뺨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였다.
“Because if that’s the case…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You should know I have very high standards. My dance moves are legendary, my corsage-pinning skills are unparalleled, and my ability to spike the punch bowl without getting caught is... well, let’s just say it's a work of art. (내 기준이 아주 높다는 건 알아둬야 할 거야. 내 춤 실력은 전설적이고, 코사지 핀 꽂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들키지 않고 펀치볼에 술을 타는 능력은... 뭐, 예술의 경지라고 해두지.)”
그의 잿빛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는 샤니아의 대답을 기다리며, 일부러 천천히 감자튀김 하나를 집어 케첩에 듬뿍 찍었다. 마치 이 중요한 협상의 결과에 따라 이 감자튀김의 맛이 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Oops, Didn't know that. But I’m bold enough to say this for sure. " (오, 그건 몰랐는데. 하지만 이것 하나는 대담하게 말 할 수 있지.)
탕! 하고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일어나더니 그가 있는 맞은 편으로 상반신을 기울인다. 이내 베시시 웃으며 눈을 맞추었다.
" Vegas, my face card never declines for you. You love what you see, don't you? " (베가스, 내 얼굴은 너한테 합격이잖아. 지금 보고 있는 거 좋아하지, 그치?
샤니아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짚고 상체를 숙이는 순간, 시끄럽던 식당의 공기가 베가스를 중심으로 순간 압축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맞은편에서 불쑥 가까워진 샤니아의 얼굴에, 베가스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샌드위치를 든 손, 장난스럽게 웃는 입술, 그리고 분홍빛 눈동자에 담긴 도발적인 확신까지. 그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베가스의 시야에 박혔다.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능청스러운 미소를 유지했다. ‘이런, 제대로 걸렸군.’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입꼬리는 더욱 짙게 휘어 올라갔다. 샤니아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주변을 지나가던 몇몇 학생들이 힐끗거리며 시선을 던졌지만, 베가스는 오직 제 눈앞의 ‘귀여운 폭탄’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샤니아의 얼굴 구석구석을 핥듯이 훑었다. 이건 단순한 프롬 파트너 신청이 아니었다. 이건 전쟁 선포였다. 심장 먼저 내주는 쪽이 지는, 아찔하고 달콤한 전쟁.
“Whoa, hold your horses there, darling. (워, 워, 진정하라고, 달링.)”
베가스는 일부러 한 손을 들어 항복하는 시늉을 하며 과장되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가까워진 거리 탓에 샤니아에게서 풍겨오는 자몽향이 그의 코끝을 간질였다. 평소라면 성적인 농담으로 받아쳤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샤니아의 너무나도 정직한 돌직구에 베가스의 뇌 회로가 잠시 정지한 탓이었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You’re putting me on the spot here. All these people are watching. They might think you’re trying to... assault me with your cuteness. (너 지금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어. 여기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네가 지금... 너의 귀여움으로 날 공격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아졌다. 능글맞은 장난기 속에 숨겨진 진심이 언뜻 비쳤다. 그는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뻗어 샤니아의 발을 슬쩍 건드렸다. ‘그래, 네 말이 맞아.’라고 인정하는 듯한, 그만의 비밀 신호였다.
베가스는 테이블을 짚고 있던 샤니아의 손 위로 제 손을 슬쩍 겹쳤다. 그의 커다란 손이 샤니아의 손을 거의 다 덮을 정도였다.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이 손바닥을 통해 짜릿하게 전해져 왔다.
“My, my... you’re a bold one, aren’t you? (이런, 이런... 꽤 대담한데, 안 그래?)”
그는 주변의 시선 따위는 완전히 잊은 듯, 샤니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속삭였다. 그의 잿빛 눈동자는 더 이상 장난스럽게 빛나지 않았다. 그 안에는 소유욕과도 비슷한 깊고 진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겹친 손에 아주 살짝 힘을 주며 샤니아의 반응을 살폈다.
“Alright, you win this round. (좋아, 이번 라운드는 네가 이겼어.)”
마침내 그가 항복을 선언했다. 그는 샤니아의 손을 놓는 대신, 그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큰 키가 샤니아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So, about that prom...” (그래서, 그 프롬에 대해서 말인데...)
베가스는 말을 늘이며 샤니아의 반응을 살폈다. 그의 커다란 몸이 샤니아에게로 완전히 기울어지면서 둘 사이의 공간은 더욱 좁혀졌다. 주위의 소음이 마치 먼 곳의 파도 소리처럼 아득하게 멀어지고, 오직 샤니아의 작은 숨소리와 반짝이는 눈동자만이 그의 세상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식당의 퀴퀴한 음식 냄새 대신, 샤니아에게서 풍겨오는 달콤한 자몽 향만이 그의 폐부를 가득 채웠다. 베가스는 꽉 잡고 있던 샤니아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천천히 끌어당겼다. 마치 성스러운 맹세라도 하듯, 그는 그 작은 손등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가져다 댔다. 입술이 닿은 부드러운 피부 아래로 가느다란 맥박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쿵, 쿵, 쿵. 마치 그의 심장 박동과 공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What if I told you I’ve already got it covered? (내가 이미 다 준비해놨다고 하면 어떡할래?)”
그의 목소리는 뜨거운 위스키처럼 낮고 달콤하게 흘러나왔다. 그는 샤니아의 손등에서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눈만 들어 올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더 이상 장난기 어린 빛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깊이를 알 수 없는 소유욕과 진득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
“I might’ve already bought the most ridiculously oversized corsage I could find. One that’s so big it’ll probably make you tip over. (아마 널 넘어뜨릴지도 모를,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코사지를 이미 사뒀을지도 모르지.)”
그는 씩 웃으며 샤니아의 손가락을 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얽었다. 마치 ‘넌 이제 내 거야.’라고 선언하는 듯한, 거부할 수 없는 옭아맴이었다.
베가스는 샤니아를 데리고 식당의 소란을 등지고 밖으로 향했다. 그의 큰 손이 여전히 샤니아의 작은 손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식당 문을 나서자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살이 두 사람 위로 쏟아져 내렸다. 베가스는 잠시 눈을 찡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쨍한 햇살 아래, 샤니아의 금발이 천사의 머리칼처럼 반짝였다. 그는 잡고 있던 샤니아의 손을 들어 올려, 햇빛에 비친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And what if I told you I’ve been practicing my slow dance moves? (그리고 내가 슬로우 댄스 동작을 연습해왔다고 하면?)”
그는 천천히 샤니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마치 지금 이곳이 무도회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Alone. In my room. To some cheesy 80s love song. (혼자. 내 방에서. 어떤 촌스러운 80년대 사랑 노래에 맞춰서 말이야.)”
그의 입술이 샤니아의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멈췄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바퀴를 간질였다.
“Tell me, my little heart sniper. Are you ready to be my partner in crime for the night? (말해봐, 나의 작은 하트 스나이퍼. 그 밤을 위한 내 범죄의 파트너가 될 준비는 됐나?)”
그가 커다란 몸을 움직이며 춤을 연습했을 것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져나왔다. 꺄르르 웃는 소리가 식당 문앞에서 퍼지고 그의 옆구리를 쿡, 가볍게 찌른다.
“Seriously, I missed a whole vibe! Hmm, hmm, Anyway... I did pull out the 'cuteness attack' for you, but Vegas, you've got competition. There are two other guys I need to ask. I'll be back after I get their vibe!”
(그걸 직접 봤어야 했는데! 흠, 흠, 어디... 내가 '귀여움으로 공격'하기는 했는데 말이야~ 프롬 파트너 후보는 베-가스 말고도 둘은 더 있어서. 걔네한테도 물어보고 올게!)
베가스는 제 옆구리를 쿡 찌르는 작은 손길에 과장되게 ‘으악’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그의 커다란 덩치가 휘청이자 주변을 지나가던 몇몇 학생들이 힐끗 쳐다보았지만, 베가스는 그런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온 신경은 오직 제 앞에서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작은 존재에게 쏠려 있었다. 햇살 아래 흩어지는 웃음소리가 마치 경쾌한 악기 소리처럼 그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이어지는 샤니아의 말에, 베가스의 얼굴에 걸려 있던 유쾌한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후보가 둘이나 더 있다고?’ 그의 잿빛 눈동자가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방금 전까지 샤니아를 품에 안고 춤을 추던 달콤한 상상은 산산조각 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불쾌하고 끈적한 질투심이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꾸물꾸물 기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Wait, what? (잠깐, 뭐라고?)”
베가스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낮고 딱딱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샤니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그녀가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제 품 안으로 더 깊이 끌어당겼다. 둘의 몸이 빈틈없이 밀착되자, 샤니아의 부드럽고 작은 체구가 그의 단단한 근육질 몸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샤니아의 어깨 너머로, 마치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을 찾는 듯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복도를 훑었다. 잭 스미스? 아니면 또 다른 놈인가? 젠장. 생각만으로도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Who are they? (그놈들이 누군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심문에 가까웠다. 턱선이 굳어지고 입꼬리는 비웃는 듯한 모양으로 비틀려 올라갔다.
베가스는 샤니아의 얼굴을 붙잡아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샤니아의 작은 얼굴을 거의 다 감쌀 정도였다.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러운 뺨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그는 일부러 더 다정하고 나른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서늘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Darling, you don’t want to make me jealous. (달링, 내 질투심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You know I don’t play nice when it comes to things I want. (내가 원하는 것에 관해서는 얌전하게 굴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
“Let’s make a deal. Go ask them. But if you still choose me after that… (거래를 하지. 가서 그놈들한테 물어봐. 하지만 그러고도 네가 날 선택한다면…)”
그는 샤니아의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You’ll have to give me something special on prom night. (프롬 날 밤에, 나한테 아주 특별한 걸 줘야 할 거야.)”
“Wow, then Wouldn't it be harder for me to choose Vegas?” (와우, 그러면 내가 베가스를 선택하기에 더 어려워지는 거 아니야?)
되려 장난스레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코끝이 부딪힐 것 같던 시야에서, 그의 시야에는 샤니아의 목만이 보인다.
샤니아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베가스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코앞까지 다가왔던 달콤한 자몽 향이 멀어지는 아쉬움과 함께, 시야를 가득 채운 가늘고 흰 목선이 그의 이성을 아찔하게 마비시켰다.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금발 몇 가닥이 흩날리며 여린 살결 위를 간지럽혔고, 그 아래로 가느다란 핏줄이 희미하게 비쳤다. 저곳을 한 번만 물어보면 어떤 맛이 날까. 당장이라도 고개를 숙여 입술을 묻고 싶은 충동이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의 목울대가 크게 한번 꿈틀거렸다.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과 달리, 그의 잿빛 눈동자는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어둡고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Oh, honey. You’re asking the wrong question. (오, 허니. 넌 지금 질문을 잘못하고 있어.)”
베가스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져 귓가에 속삭이듯 흘러들었다. 그는 샤니아의 얼굴을 붙잡고 있던 손을 풀어, 대신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엄지손가락으로 턱선을 따라 천천히 쓸어 올리자, 샤니아의 작은 몸이 움찔 떨리는 것이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베가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The question isn’t what I want. It’s how badly you’ll want to give it to me.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문제가 아니야. 네가 나한테 ‘얼마나 간절히’ 그걸 주고 싶어질지가 문제지.)”
그의 시선이 샤니아의 목선에서부터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베가스는 턱을 쥔 손에 살짝 힘을 주어 샤니아의 고개가 다시 자신을 향하도록 돌렸다. 저항 없이 따라오는 작은 얼굴, 겁먹은 듯 살짝 벌어진 입술이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이었다. 그는 샤니아의 귓가에 입술을 거의 닿을 듯이 가져다 댔다. 뜨거운 숨결이 섞이자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I’ll make those other two guys look like a joke. (내가 그 다른 두 놈들을 그냥 웃음거리로 만들어 줄게.)”
그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섬뜩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By the time I’m done with you, you’ll be begging me to be your prom partner. You’ll forget their names, their faces… everything. So go ahead. Go ask them. Give them a little hope. It’ll make my victory that much sweeter. (내가 너한테 볼일을 끝내고 나면, 넌 나한테 프롬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야. 넌 그놈들 이름, 얼굴… 전부 다 잊어버리게 될 거라고. 그러니 어서 가봐. 가서 물어봐. 그놈들한테 희망을 좀 줘. 그게 내 승리를 훨씬 더 달콤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That's cool.” (그거 멋지네.)
어깨를 으쓱인다. 그가 그제서야 제 허리를 놓아주자 몸을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Alright, I’m off to go hit up Lucian Mac and Lawrence Noah to see where they stand on the Prom partner situation. Catch ya later, Vegas~” (좋아, 나 지금부터 '루시안 맥'이랑 '로렌스 노아'에게 프롬 파트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러 갈 거야. 나중에 봐, 베가스~)
샤니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제 품을 빠져나가는 순간, 베가스는 방금 전까지 그녀를 붙들고 있던 손에 남은 미미한 온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몸을 돌려 손을 흔드는 그 작은 뒷모습을 보며,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자신만만한 미소가 싹 가셨다.
‘루시안 맥’ 그리고 ‘로렌스 노아’. 뇌리에 또렷하게 박힌 두 이름은 마치 날카로운 유리 조각처럼 그의 신경을 박박 긁어댔다. 루시안은 풋볼팀 쿼터백으로,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은 단순무식한 놈이었고, 로렌스는 학생회장으로, 번듯한 얼굴 뒤에 음험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다. 젠장할. 하필이면 그런 놈들이란 말인가. 멀어져 가는 샤니아의 금발이 복도 모퉁이로 사라질 때까지, 베가스는 마치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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