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쏠랫 / 음악 © oto
며칠 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연말이 가까워져서 일까,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얼굴에 기대와 행복이 가득 어려있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의문에 잠겨있던 중, 샤니아가 엄청나게 커다란 박스를 들고 낑낑대며 집에 들어온다.
“Honey~ Help me~” (자기야~ 도와줘~)
저녁, 현관문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멜로디가 베가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열쇠를 건네준 이후로, 그녀가 집에 돌아오는 소리는 그에게 하루 중 가장 안도감을 주는 사운드트랙이 되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잡지를 넘기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온종일 자신을 짓누르던 일의 피로감과 세상의 소음이, 저 작은 금속음 하나에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낑낑대는 소리와 함께, 문틈으로 거대한 상자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미소는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상자 뒤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실루엣이 힘겹게 발을 내디뎠다.
"Coming, sweetheart. Looks like you’ve smuggled something big this time. Is it a pony? Please tell me it’s a pony.”
(가고 있어, 스위트하트. 이번엔 뭔가 큰 걸 밀수해 온 모양인데. 조랑말이야? 제발 조랑말이라고 말해줘.)
그는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단 몇 걸음 만에 현관에 다다른 그는, 자신의 몸통만 한 상자를 끌어안고 휘청거리는 샤니아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상자 위로 빼꼼히 드러난 정수리와, 힘겹게 내뱉는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상자를 가볍게 낚아챘다. 한 손으로 상자 밑바닥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옆면을 잡자, 그의 팔에는 어떠한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빈 스티로폼 상자를 드는 것 같았다.
“Easy there, trouble. What in the world did you bring home? Did you rob a post office?”
(워, 워, 트러블. 도대체 뭘 들고 온 거야? 우체국이라도 털었어?)
그는 상자를 거실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물었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살짝 울렸다. 꽤나 묵직한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상자에서 해방되어 한숨을 돌리는 샤니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치며 장난을 걸었다. 땀으로 젖은 그녀의 이마와 붉게 상기된 뺨이 사랑스러웠다. 그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거대한 상자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상자에는 알아볼 수 없는 브랜드 로고와 몇 가지 취급주의 스티커만 붙어 있을 뿐, 내용물을 짐작할 만한 단서는 보이지 않았다.
“Alright, let’s see what we have here… Don’t tell me it’s my birthday present. My birthday is months away. Unless… you got me that life-sized inflatable unicorn I wanted?”
(좋아, 한번 보자고… 설마 내 생일 선물은 아니겠지. 내 생일은 몇 달이나 남았는데. 혹시… 내가 원했던 실물 크기 공기주입식 유니콘이라도 사 온 거야?)
베가스는 상자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마치 폭탄을 해체하는 전문가처럼 신중하게 상자를 살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상자 한쪽 면에 귀를 대고는, 톡톡 두드려 보기도 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샤니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씩 웃으며 주머니에서 늘 가지고 다니는 군용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Permission to open the package, Commander? Whatever it is, I hope it’s not another set of ridiculously cute pajamas… my reputation can only take so much abuse.”
(소포를 개봉해도 되겠습니까, 사령관님? 뭐든 간에, 말도 안 되게 귀여운 파자마 세트가 아니길 바라는데… 내 명성이 더 이상 학대받는 건 견딜 수 없거든.)
그는 칼날을 꺼내 보이며 장난스럽게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새로운 장난감을 기다리는 아이 같은 설렘이 가득했다.
“Wait, are you actually lost?” (잠깐, 진짜 모르는 거야?)
그녀는 허리에 두 손을 척, 얹고 고개를 치켜 들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서, 발끝으로 상자를 가볍게 툭툭 건드리더니 중요한 것을 선언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다. 들뜬 목소리다.
“Today is the main event... it's Christmas Eve! We need at least a tree so Santa can drop off the loot, right?”
(오늘은 바로바로... '크리스마스 이브'란 말이야. 적어도 크리스마스 트리 정도는 있어야 산타가 선물을 주고 갈 수 있지 않겠어?)
“Oh, Christmas Eve… Right. How could I forget the one day of the year when a fat man in a red suit breaks into everyone’s house and gets praised for it? Talk about a flawed security system.”
(오, 크리스마스 이브… 맞다. 1년에 딱 하루, 뚱뚱한 남자가 빨간 옷을 입고 모든 집에 침입했는데 칭찬받는 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허술한 보안 시스템에 대해 얘기 좀 해보자고.)
베가스는 칼을 빙글 돌려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투덜거렸다. 그의 기억 속에서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보육원의 낡은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지 않을 산타를 기다리던 희미한 풍경으로 남아있었다. 마틸다 수녀님은 늘 “산타 할아버지는 마음이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신단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양말은 늘 비어있었다. 그는 자신이 충분히 착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삐뚤어지고 더 거칠게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웠다. 그녀의 말에 그는 잠시 과거의 씁쓸한 기억으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자신을 올려다보는 샤니아의 모습에 금세 현실로 돌아왔다. 그의 산타는 여기에 있었다. 뚱뚱하지도 않고, 빨간 옷을 입지도 않았지만, 세상 그 어떤 산타보다도 더 완벽한 선물을 가지고 그의 앞에 서 있었다.
“A tree, huh? So Santa needs a landing strip. Makes sense. You don’t want him crash-landing the sleigh on your roof. That’d be a lot of paperwork.”
(나무라, 흠? 산타가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거군. 말이 되네. 그가 네 지붕에 썰매를 불시착하게 하고 싶지는 않겠지. 서류 작업이 아주 많아질 테니까.)
그는 상자를 툭툭 치는 그녀의 손을 보며 씩 웃었다. 그녀의 말은 언제나 그의 잿빛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였다. 크리스마스 트리. 그의 삭막한 아지트에는 단 한 번도 존재해 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그의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홀로 마시는 독한 위스키와, 전장에서 죽어간 동료들을 추억하는 것으로 채워졌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는 그녀의 충성스러운 강아지였고, 강아지는 주인이 하자는 대로 하는 법이었다. 그는 상자 옆에 털썩 주저앉아, 바닥에 앉아 있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Alright, Commander. Operation: Tinsel Storm is a go. But I’m warning you, I have zero experience in tree decoration. My idea of decorating involves claymores and concertina wire. It’s festive in its own way.”
(좋아, 사령관님. 작전명: 반짝이 폭풍을 개시하지. 하지만 경고하는데, 난 트리 장식 경험이 전무해. 내 장식 개념은 클레이모어랑 철조망이거든. 나름대로 축제 분위기가 나긴 하지.)
그는 과장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상자를 어떻게 열어야 할지 고민하는 그녀의 얼굴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그녀가 이 거대한 것을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의 작은 트러블메이커는 언제나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상자 뚜껑의 테이프를 손가락으로 긁적이다가, 다시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Let me handle the heavy lifting. You just point and tell me where to put this giant green thing. But if it sheds needles everywhere, the cleaning bill is on you.” (힘쓰는 건 내가 할게. 넌 이 거대한 녹색 물건을 어디에 둬야 할지 가리키고 말만 해. 하지만 만약 이게 온 사방에 바늘을 떨어뜨린다면, 청소비는 네가 내는 거야.)
그는 칼끝으로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가르며, 그녀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상자가 열리는 순간, 짙은 편백나무 향이 터져 나오며 거실을 가득 채웠다. 베가스는 잠시 숨을 멈췄다. 전장의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에 익숙했던 그의 후각에, 이토록 싱그럽고 평화로운 향기는 마치 다른 세상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 될 것 같았다.
“I usually have them up a week early, but I totally spaced because I was busy playing with a certain big, bad doggy.”
(원래는 일주일 전부터 놓아두는데, 어떤 크고 나쁜 강아지랑 놀아주느라 바빠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지 뭐야.)
샤니아는 상자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그의 두 뺨을 잡아 자신과 눈을 마주하도록 돌렸다. 입술을 포개어 쪼옥! 소리가 나도록 맞추고는 짧게 기합을 주며 나무를 꺼낸다.
“It's a must-have in the living room, duh. With cookies and cocoa to match. Obvi.”
(이런 건 거실에 두는 게 당연하지. 당연히 약간의 쿠키하고 코코아도 함께.)
“A big bad puppy, huh? Is that my new official title? I kinda like it. Sounds more dangerous than ‘adorable’.” (크고 나쁜 강아지라, 흠? 그거 내 새로운 공식 직함이야? 좀 마음에 드는데. ‘사랑스러운’ 것보다 더 위험하게 들리잖아.)
그의 뺨을 잡아 돌리는 작은 손길에, 베가스는 순순히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상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싱그러운 나무 향기보다, 눈앞에 있는 그녀의 달콤한 향기가 그의 모든 감각을 압도했다. 쪽,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 그의 세상은 다시 한번 멈췄다가 재생되었다. 마치 낡은 필름이 잠시 끊겼다가 새로운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그의 모든 사고 회로가 그녀의 입술 하나에 재편성되는 기분이었다. '영차' 하는 귀여운 기합 소리와 함께 그녀가 나무를 꺼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며,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이 거대한 것을 옮겨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직접 조립까지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의 작은 사령관은 언제나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Whoa, easy there, soldier. That’s what I’m here for. You handle the cookies and cocoa, I’ll handle the heavy artillery." (워, 워, 진정해, 병사.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넌 쿠키랑 코코아를 맡아, 나는 중화기를 다룰 테니.)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안아 뒤로 물러서게 하고는, 상자 안에서 아직 반쯤 잠겨 있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단숨에 끌어냈다. 생각보다 묵직하고 거친 가지들이 그의 팔을 스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를 거실 중앙에 바로 세웠다. 그의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나무는, 마치 이 집의 새로운 주인인 것처럼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바닥에는 푸른 솔잎들이 후두둑 떨어졌지만, 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청소비는 그녀가 내기로 했으니까. 그는 나무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가장 보기 좋은 각도를 찾다가, 팔짱을 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무를 감상하는 샤니아를 쳐다보았다.
"Alright, Commander. Tree is in position. Awaiting further instruction. And yes, cookies and cocoa would be a critical morale boost for the troops… namely, me." (좋습니다, 사령관님. 나무 위치 확보 완료. 다음 지시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예, 쿠키와 코코아는 부대원들… 다시 말해, 저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아주 중요할 겁니다.)
그는 거수경례를 하는 시늉을 하며 그녀에게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의 삭막했던 아지트가 이제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쿠키, 코코아 냄새로 채워질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는 나무 옆에 서서, 가지 끝에 매달린 작은 솔방울을 만지작거렸다. 거칠고 단단한 감촉이 그의 손끝에 전해졌다. 이 작은 나무 하나가, 그의 얼어붙었던 세상에 얼마나 큰 온기를 가져다줄지, 그는 아직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그의 작은 사령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있는 곳이, 그의 진짜 크리스마스였다.
“Whoa, first things first—vacuum time! These pine needles are literally everywhere.”
(워우, 그 전에 청소 먼저 해야겠는 걸. 솔잎이 사방천지에 떨어졌잖아!)
바닥이 너저분해 진 것을 보고는 종종 걸음으로 달려가 청소기를 가져왔다. 위잉~ 작은 소음과 함께 청소기가 바닥을 미끄러지며 솔잎을 빨아들였다.
“Then it's ornament and string light time. Since we're calling it 'Operation: Glitter Storm,' we’re gonna need all the sparkles we can get, right?”
(이제 오너먼트를 달고, 꼬마 전구를 달 거야. '작전명: 반짝이 폭풍' 이니까 반짝이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어?)
“Woah, hold your fire, soldier. That’s an awful lot of collateral damage for a simple tree deployment. I did warn you about the cleaning bill.” (워, 공격 중지, 병사. 단순한 나무 배치 작전치고는 부수적인 피해가 너무 크잖아. 내가 청소비에 대해 경고했을 텐데.)
베가스는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솔잎 더미를 보며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청소기를 가져오는 모습은 마치 작은 햄스터가 부지런히 식량을 모으는 것처럼 보였다. 위잉- 하고 울리는 작은 소음은 그가 익숙한 총성이나 폭발음에 비하면 더없이 평화로운 백색소음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청소기가 솔잎을 빨아들이며 바닥을 미끄러지는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의 거칠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질서와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어질러진 거실을 청소하는 이 사소한 행위조차, 그에게는 마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는 것처럼 위대하고 성스러운 일로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낡은 군화가 더럽혔을 바닥의 다른 구석들을 생각하며, 이 작은 청소기가 자신의 과거의 흔적까지 모두 지워주기를 속으로 바랐다.
“Operation: Tinsel Storm, you say? Sounds… glittery. And dangerous. Glitter is the herpes of the craft world, you know. It gets everywhere and you can never get rid of it.” (작전명: 반짝이 폭풍이라고? 음… 반짝거리는군. 그리고 위험해. 반짝이는 공예계의 헤르페스 같은 거거든, 알지? 온 사방에 묻고 절대 없앨 수 없어.)
그는 너스레를 떨며 청소를 마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자연스럽게 청소기를 받아 들어 창고 구석에 세워두고는,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말한 '오너먼트'와 '꼬마 전구'라는 단어는 그의 어휘 목록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치 외계어처럼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그 낯선 언어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상자 안에서 아직 꺼내지 않은 다른 작은 상자들을 발견하고는, 그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상자 겉면에는 빨갛고 동그란 장식품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다시 샤니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제 막 시작될 새로운 놀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평소보다 더욱 선명한 분홍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Alright, Commander. Give me my orders. Where do we start with this… glittery assault? I’ll handle the high-altitude placements, you handle the strategic distribution of shiny things. But if I end up looking like a disco ball by the end of this, I’m blaming you.” (좋습니다, 사령관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 반짝이는 공격을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저는 고고도 배치를 맡겠습니다. 당신은 반짝이는 것들의 전략적 분배를 담당하십시오. 하지만 이게 다 끝났을 때 내가 미러볼처럼 보인다면, 그건 당신 탓으로 돌릴 겁니다.)
베가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코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 쳤다. 그는 상자에서 주섬주섬 장식품들을 꺼내는 그녀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의 거친 손이 닿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작고 연약한 유리 구슬들. 그는 조심스럽게 빨간색 오너먼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다. 그는 이 작은 유리 구슬을 나무의 어느 가지에 걸어야 할지 막막했지만, 상관없었다. 이 작전의 지휘는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고, 그는 그저 그녀의 명령에 따르는 가장 충성스러운 병사일 뿐이었다. 그는 그녀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기를 기다리며, 손안의 작은 구슬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붉은 표면 위로,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이 평화로운 전쟁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Do you have any idea what makes a tree perfect, darling?”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장 완벽하게 만드는 게 뭔지 알아, 달링?)
샤니아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하얀색 오너먼트 하나를 집어들며 베시시 웃었다. 베가스와 시선을 맞추며 눈썹을 까딱거리고는 곧바로 손이 닿는 위치에 있는 가지에 고리를 조심조심 걸어두었다.
“It’s~ the messy vibes. Even when it’s all over the place, it somehow works. Just go wild with it! We gotta make sure Santa can spot us from a mile away!”
(그건 바로~ '무질서함' 이야. 엉망진창으로 꾸몄는데도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게 크리스마스 트리지. 당신도 마음껏 꾸며봐! 1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산타가 우리를 발견 할 수 있게!)
“Disorder… The one thing the military tries to beat out of you from day one. And you’re telling me it’s the most important ingredient? Honey, you’re rewriting my entire life’s training manual right now.” (무질서… 군대가 첫날부터 사람한테서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바로 그거. 근데 그게 가장 중요한 재료라고? 허니, 당신 지금 내 평생 훈련 교본을 새로 쓰고 있는 거야.)
베가스는 그녀가 하얀색 오너먼트를 나뭇가지에 조심스럽게 거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제멋대로 꾸몄는데도 조화를 이룬다. 그 말은 마치 자신과 그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 그의 삶은 언제나 정해진 규칙과 명령, 질서 정연한 대열 속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부수고, 예측할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붉은 구슬을 내려다보았다. 이 작은 물건을 어디에 걸어야 할지,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다.
그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시시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그 어떤 크리스마스 장식보다도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붉은 구슬을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각양각색의 장식들을 한 움큼 집어 들었다. 금색 별, 은색 눈송이, 반짝이는 실이 감긴 천사 인형까지. 손안에 뒤섞인 장식들은 그 자체로 작은 혼돈이었다. 그는 그녀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손 가는 대로. 산타가 보고 올 수 있게. 그는 눈을 감고 나무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가장 먼저 손끝에 닿는 가지를 잡았다. 그리고는 손안에 있던 장식들을 아무렇게나 그 가지 위에 쏟아부었다. 짤랑, 하는 소리와 함께 금색 별이 나뭇잎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리고, 천사 인형은 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엉망진창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았다.
“Alright, Santa. I hope you like chaos. Because that’s what you’re getting. This tree is gonna be a beautiful disaster, just like me.” (좋아, 산타 할아버지. 혼돈을 좋아하길 바라. 왜냐면 당신이 보게 될 건 바로 그거니까. 이 트리는 나처럼, 아름다운 재앙이 될 거야.)
베가스는 눈을 뜨고 자신이 만들어낸 작은 소동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뒤를 돌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샤니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너머로, 아직 텅 빈 공간이 많은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저 빈 공간들이 자신과 그녀의 손길로 채워져 나갈 것이다. 어떤 규칙도, 어떤 계획도 없이. 오직 두 사람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는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But you know what else Santa needs to see? A reason to leave the good presents. And I think I know just the thing to convince him.” (하지만 산타가 봐야 할 게 또 뭔지 알아? 좋은 선물을 남겨둘 이유 말이야. 그리고 난 그를 설득할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
“I’m not so sure yet, honey. The jury’s still out until we’re totally finished decorating this whole tree.”
(나는 잘 모르겠는데, 허니? 적어도 이 트리를 전부 장식 할 때까지는 배심원 판결이 안 나올 거거든.)
뻔뻔하게 아이를 달래듯이 그의 엉덩이를 토닥거린다. 아직 꾸밀 게 저만큼이나 남았다는 듯이 반절 정도 채워져 있는 작은 상자를 흘겼다.
그녀의 손이 제 엉덩이를 토닥이는 순간, 베가스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전장에서 수많은 적들의 총알을 피하고, 훈련 시절 교관들의 불호령을 견뎌냈던 그였지만, 이 작은 손의 짓궂은 장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의 단단한 근육 위를 아이 다루듯 두드리는 그 감촉은 총알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전장의 포식자가 아니라,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강아지가 된 기분.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Alright, alright, you win this round, Commander. Truce. At least until the tree is fully decorated. But consider this a formal warning: my retaliatory strike will be swift and overwhelming.” (알았어, 알았어, 이번 라운드는 당신이 이겼어, 사령관님. 휴전하지. 적어도 이 트리가 완전히 장식될 때까지는. 하지만 이건 공식적인 경고로 받아들여 줘: 내 보복 공격은 신속하고 압도적일 테니까.)
그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그녀의 허리에 둘렀던 팔을 풀고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 고정된 채,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상자 안에서 반짝이는 은색 줄을 꺼내 들었다. ‘꼬마 전구’라고 그녀가 말했던 물건이었다. 엉킨 전선을 풀려고 애쓰는 그의 거친 손가락은 사뭇 진지했다. 폭탄의 신관을 다루는 것보다 더 섬세한 작업이었다. 그는 끙끙거리며 한참을 씨름하다가, 결국 일부분을 포기하고 전선을 나무 아래쪽에 대충 휘감기 시작했다. 무질서, 그녀가 말했던 키워드를 떠올리며. 가장 아래쪽 가지부터 시작해, 그는 전선을 되는대로 감아 올렸다. 중간중간 전구가 나뭇잎에 가려지거나, 전선이 너무 팽팽하게 당겨지기도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그저 이 기이하고 평화로운 임무에 집중했다. 그의 등 뒤에서는 샤니아가 다른 장식들을 꺼내 나무에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짤랑, 하고 유리 구슬이 부딪히는 소리, 바스락거리며 포장지를 벗기는 소리. 그 모든 소음이 모여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그의 귓가에 울렸다.
어느덧 전선을 나무 꼭대기까지 모두 감고 나서야, 그는 한숨을 돌리며 뒤로 물러섰다.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였다. 아직 불을 켜지는 않았지만, 앙상했던 나무는 이제 제법 축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잠시 감상하다가, 상자 안에 남은 마지막 장식, 나무 꼭대기에 꽂는 커다란 별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고 샤니아에게 보여주었다.
“Looks like we’re at the final stage of Operation: Tinsel Storm. This, I assume, is the finishing touch? The cherry on top?” (작전명: 반짝이 폭풍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것 같군. 이건, 내가 추측건대, 마지막 장식이겠지? 케이크 위의 체리 같은 거 말이야.)
그는 별을 높이 치켜들며, 이 작전의 마무리를 그녀에게 맡기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반짝이는 전쟁의 마지막 승리의 깃발을 꽂는 영광은, 당연히 사령관의 몫이어야 했다. 그는 그녀가 다가와 별을 받아들기를 기다리며,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마치 그녀의 기사가 된 것처럼.
"Right. Mhm~ The tree is actually looking pretty legit now. Once we put this star on top, Santa won't get lost and can deliver the goods."
(맞아, 으흠~ 꽤 그럴듯한 트리가 되었네. 이 별까지 올리면 산타가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선물을 배송 할 수 있겠어.)
그에게서 별을 받아들고 나무의 꼭대기를 올려다본다. 뒷꿈치를 들어도 한참 모자란 높이였다. 트리 주위를 기웃거리며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을 만한 높이를 찾으려고 애를 쓰더니, 결국은 뜸을 들이다 그를 돌아본다.
"Honey, be my ladder—give me a shoulder ride!"(허니, 나의 사다리가 되어줘!)
“Ah, a logistical problem. The final objective is out of reach. A classic military dilemma. Good thing you have a heavy-lift transport unit on standby.”
(아, 물류 문제로군. 최종 목표물이 손에 닿지 않아. 전형적인 군사적 딜레마지. 다행히 당신에겐 대기 중인 중장비 수송 부대가 있잖아.)
베가스는 그녀가 별을 받아 들고 까치발을 드는 모습을 보며 큭큭 웃었다. 그의 거대한 나무는 그녀에게는 에베레스트산처럼 보일 터였다. 자신을 돌아보며 목마를 태워달라고 말하는 그 모습에, 그는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그 어떤 총탄이나 폭발도 그의 심장을 이렇게 뒤흔들지는 못했다. 그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A piggyback ride… a highly specialized aerial insertion tactic. Risky, but effective. Alright, hop on, soldier. But if you drop that star, the mission is a failure, and we’ll have to spend all of Christmas Eve in debriefing. A very, very long debriefing.”
(목마라… 고도로 전문화된 공중 침투 전술이지. 위험하지만, 효과적이야. 좋아, 올라타, 병사. 하지만 만약 그 별을 떨어뜨리면, 임무는 실패고, 우린 크리스마스 이브 내내 상황 보고를 해야 할 거야. 아주, 아주 긴 상황 보고.)
그는 그녀 앞에서 등을 보이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넓은 등은 그녀가 올라타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안정적인 발판이었다.
그가 무릎을 꿇자, 샤니아가 망설임 없이 그의 등 위로 올라탔다. 그녀의 가벼운 몸무게는 그의 등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그의 온몸을 통해 전류처럼 퍼져나갔다.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가 자신의 어깨 양옆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그녀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그는 그녀의 다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의 시야가 한순간에 높아졌다. 이제 그는 거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고, 나무 꼭대기는 그의 눈높이 바로 아래에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서 그녀가 작은 감탄사를 내뱉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등 뒤에 매달린 그녀의 온기와,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자몽 향에 취해 잠시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평화로운 전쟁, 이 달콤한 임무가 영원히.
"Steady now. You've got a clear line of sight to the target. Just place the star, and victory is ours. Santa will have no excuse to miss this house."
(자, 이제 꽉 잡아. 목표물까지 시야가 깨끗하게 확보됐어. 별만 꽂으면, 승리는 우리 거야. 산타는 이 집을 놓칠 핑계가 없을 거라고.)
그는 그녀가 별을 꽂는 동안 움직이지 않고 굳건히 서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이 뻗어 나가 나무 꼭대기의 뾰족한 부분에 별을 조심스럽게 꽂았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별이 제자리를 찾았다. 작전 완료. 그는 어깨 위에서 그녀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는 것을 느끼며 작게 웃었다. 그는 그녀를 내려주기 위해 천천히 몸을 숙이려다가,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는 몸을 숙이는 대신, 그녀를 어깨에 태운 채로 거실을 한 바퀴 빙 돌기 시작했다. 마치 개선 행진을 하는 장군처럼.
“Victory lap! The spoils of war go to the victor! And tonight, sweetheart, that victor is you. Now, what’s my reward for being such a good horse?”
(승리의 행진이다! 전리품은 승자에게 돌아가는 법! 그리고 오늘 밤, 스위트하트, 그 승자는 바로 당신이야. 자, 이렇게 착한 말이 되어준 나에게 주는 보상은 뭐야?)
그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물으며 그녀를 어깨에 태운 채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려 퍼졌다. 그의 삭막했던 세상이, 그녀의 웃음소리 하나로 완벽하게 구원받는 순간이었다.
“Yikes, I’m getting dizzy!~” (으앗, 어지러워~)
어깨에 태운 그대로 빙글빙글 도는 탓에 시야가 어지럽게 흩어졌다. 그의 머리를 껴안고 매달려 꺄르르 웃는다.
“Didn't realize my boyfriend needed a prize for being a good horse. Is this top-tier cute pajama look not enough for you? For real? No cap?~”
(착한 말이 되어 준 연인에게 주는 보상이 필요한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파자마로는 보상이 안 되나? 진짜로? 진심으로?)
“A reward? Darling, being your adorable, fiercely loyal, and incredibly handsome warhorse is a reward in itself. But... I won't say no to a bonus.”
(보상이라? 달링, 당신의 사랑스럽고, 맹렬히 충성스러우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잘생긴 군마가 되는 것 자체가 보상이지. 하지만… 보너스를 거절하지는 않을게.)
베가스는 빙글빙글 도는 것을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어지러움에 그의 머리를 꽉 껴안은 작은 팔의 힘과, 귓가에 꺄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가 그의 심장을 간질였다. 그는 천천히, 그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무릎을 굽혀 등을 낮췄다. 그녀가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서자, 그는 몸을 돌려 그녀와 마주 섰다. 그녀의 뺨은 즐거움으로 옅게 상기되어 있었고, 분홍빛 눈동자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파자마. 그는 잠시 딸기 무늬가 그려진 커플 잠옷을 떠올렸다. 그 부드러운 천이 자신의 거친 피부에 닿았던 감촉, 그녀와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소속감은 그 어떤 전투복보다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Cute pajamas are a strategic asset, not a reward. They grant a +10 bonus to Charisma but a -20 to Intimidation. It’s a trade-off I’m willing to make… for you.”
(귀여운 파자마는 보상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이야. 매력 수치를 +10 올려주지만, 위협 수치는 -20 깎거든. 기꺼이 감수할 만한 거래지…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정돈해 주었다. 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눈높이를 맞추고,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완성된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분홍빛 우주. 그가 사랑하는 그 우주 속에서, 그는 비로소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First, we need to bring this beautiful disaster to life. The finishing touch.” (우선, 이 아름다운 재앙에 생명을 불어넣어야지. 마지막 장식.)
그는 아직 연결하지 않은 전원 플러그를 집어 들어 콘센트에 꽂았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나무 전체가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무질서하게 꽂혀 있던 장식들이, 꼬마 전구의 반짝이는 불빛 아래에서 저마다의 색을 발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붉고, 파랗고, 노랗게 깜빡이는 불빛이 거실 벽과 천장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그는 그 환상적인 광경에 잠시 넋을 잃고 서 있다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그는 그녀를 소파로 이끌어,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함께 그 빛의 향연을 바라보았다.
“Merry Christmas, honey. Welcome to our first battlefield.” (메리 크리스마스, 허니. 우리의 첫 번째 전장에 온 걸 환영해.)
“Hahaha, alright~ Merry Christmas Eve, darling.”
(아하하,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야, 달링.)
베가스의 품에 등을 완전히 기대고 앉아 고개를 돌렸다. 그의 뺨에 손을 얹고 끌어와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
“The tree is 100% finished... So, Vegas, you've been acting right this year—what's the little guy want Santa to bring him? Spill it!”
(크리스마스를 기념 할 트리는 완벽하게 완성 되었는데... 올해 착한 아이로 지낸 베-가스 어린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가 받고 싶지? 어서 말해봐!)
그녀의 입술이 뺨에 닿는 순간, 그는 마치 임무 완수 후 기지로 귀환한 병사처럼 안도감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거친 피부 위로 번져나가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의 품에 완전히 몸을 기댄 채, 뺨에 손을 얹고 입을 맞추는 그녀의 행동은 그 어떠한 훈장보다도 더 큰 영광이었다. 그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잡고,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벽난로의 불빛과 크리스마스 트리의 반짝이는 조명이 그녀에게 선물한 ‘My Home’ 반지에 반사되어, 그의 시야 안에서 작은 우주를 만들어냈다. 베-가스 어린이. 그 낯간지러운 호칭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그녀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어린아이가 되어 선물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A Christmas present? For me? But I haven't been a good boy, honey. I’ve been a very, very bad boy. I deserve coal. Lots of it.” (크리스마스 선물? 나한테? 하지만 난 착한 아이가 아니었는데, 허니. 난 아주, 아주 나쁜 아이였어. 난 석탄 뭉치를 받아야 마땅해. 아주 많이.)
그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장난기와 함께, 그녀를 향한 깊은 애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무릎 위에 앉은 그녀의 몸을 조금 더 편안하게 고쳐 안았다. 그의 거대한 몸이 그녀를 완벽하게 감싸 안아, 마치 그녀만을 위한 안전한 요새가 된 것 같았다. 그는 텅 빈 벽난로를 바라보며, 문득 오래전 보육원에서 보냈던 크리스마스를 떠올렸다. 마틸다 수녀님이 낡은 양말 속에 몰래 넣어두었던 작은 사탕 하나. 그것이 그가 기억하는 유일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품 안에는 그 어떤 값비싼 선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있었다. 그는 겹쳐 잡은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백금 반지가 끼워진 네 번째 손가락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But… if this very bad boy could ask Santa for just one thing… It wouldn't be something you can buy in a store. It's not something you can wrap in a box, either.” (하지만… 만약 이 아주 나쁜 아이가 산타에게 딱 한 가지를 부탁할 수 있다면… 그건 상점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상자에 포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의 목소리는 조금 더 낮고 진지해져 있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눈동자, 그 너머의 영혼을 향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깨닫고 있었다.
“I want… all of your Christmases. From now on. Every single one. I want to build a disastrous tree with you every year, I want to argue about what movies to watch, I want to see you open your presents on Christmas morning. That's what I want.” (나는… 앞으로 당신의 모든 크리스마스를 원해. 지금부터. 단 하나도 빠짐없이. 매년 당신과 함께 재앙 같은 트리를 만들고 싶고, 어떤 영화를 볼지 다투고 싶고, 크리스마스 아침에 당신이 선물을 여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베가스는 담담하게, 하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고백이었고, 서약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가슴팍으로 가져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곳 위에 올려두었다. 쿵, 쿵, 쿵. 규칙적으로, 그리고 강렬하게 울리는 심장 박동은 그녀를 향한 그의 진심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등에 자신의 뺨을 부볐다.
“So, can you give me that, Santa? Can you give Vegas Day all of your days?” (그러니, 그걸 줄 수 있겠어, 산타? 이 베가스 데이에게 당신의 모든 날들을 줄 수 있나?)
그의 성인 ‘Day’를 입에 담는 것은 낯설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진심으로 전하고 싶었다. 그녀를 만나 비로소 시작된, 자신만의 날들을.
“Oh, so does that make me 'Shania Day' then? Since I’m the one who’s officially locked in to spend Christmas with 'Vegas Day'?”
(오, 그럼 나는... 'Shania Day'가 되는 건가? 'Vegas Day'의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는 걸 공식적으로 약속한 사람이니까?)
그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얹은 채로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다른 이의 성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 것인지는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가슴팍에 얹힌 손바닥에서부터 번져 나온 작은 충격이, 그의 심장을 거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가,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Shania Day.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 세 음절은, 그가 평생 들어왔던 그 어떤 단어보다도 무겁고, 위험하며, 동시에 구원처럼 달콤했다. 그는 자신의 성을 다른 이에게 준다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이름의 공유가 아니었다. 삶의 공유, 운명의 공유. 그리고 이 험난한 세상에서, 서로의 마지막 방패이자 유일한 안식처가 되겠다는 맹세였다. 그는 자신의 성 ‘Day’를 짐처럼 여겨왔다. 마틸다 수녀님이 선물해 준 소중한 이름이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자신을 상기시키는 꼬리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을 통해 다시 태어난 그 이름은, 더 이상 외로움의 상징이 아니었다.
“Shania…Day…” (샤니아… 데이…)
그는 마치 처음 배우는 단어처럼, 그 이름을 천천히, 그리고 경건하게 되뇌었다. 목이 바싹 말라왔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분홍빛 우주 안에서, 그는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서툴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웃고 싶었지만, 입꼬리는 제멋대로 떨려왔고, 심장은 갈비뼈를 부술 듯이 날뛰었다. 그는 결국 웃는 대신, 그녀의 허리를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녀의 작은 몸이 그의 품 안으로 완전히 파묻혔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익숙한 자몽 향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것만이 지금 이 순간, 그를 현실에 붙들어 매주는 유일한 닻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반짝이는 트리 불빛만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 위에서 춤추게 할 뿐이었다.
“That… has a nice ring to it. A dangerously nice ring.” (그거… 듣기 좋은데. 위험할 정도로 듣기 좋아.)
마침내, 그의 목소리가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장난기 어린 미소가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한 남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진솔하고, 무방비한 표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But you know what comes with that name, right? It’s not just about sharing Christmases. It means you’re stuck with me. For good. You’ll have to deal with my nightmares, my scars, my bad jokes… my everything. It’s a lifetime contract, honey. No refunds, no exchanges.” (하지만 그 이름에 뭐가 따라오는지 알지? 단순히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게 아니야. 그건 나한테 제대로 코 꿰였다는 뜻이야. 영원히. 당신은 내 악몽, 내 상처, 내 썰렁한 농담… 내 모든 걸 감당해야 해. 이건 평생 계약이야, 허니. 환불도, 교환도 안 돼.)
“If Ve-gas Day approves, there's nothing I can't do.”
(만약 베-가스 데이가 승인 해준다면야, 못 할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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